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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젠] 애증의 종목.. 투자의 어려움
    투자 2020. 6. 14. 21:06

    '신라젠' 정말 나에게는 애증의 종목이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신라젠 주식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일찍부터 투자하여 평균 투자단가가 주당 만원 미만이었다.

    그 때는 제법 경제적으로 부유했을 때이기도 했지만

    당시 아버님을 비롯해 주변에 암 환자들이 많았기에

    항암치료로 고통 받는걸 직접 체감하다 보니

    신라젠 투자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기존의 항암치료는 암 세포 뿐 아니라 정상 세포까지 같이 공격한다.

    머리도 빠지고 입안도 다 헐고 식욕도 삶의 의욕까지 떨어뜨린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거의 삶의 질이 최하로 떨어지고

    계속 더 강한 항암치료로 연명하다 대부분 고통스럽게 죽게 된다.

    그래서 아예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ㅠㅠ

     

    암 세포는 정확히 말하면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냥 우리 몸의 정상적인 세포가 갑자기 돌연변이가 되어 변하는 것이다.

    암 세포는 정상세포인척 위장하기 때문에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

    피아구별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신라젠의 펙사백이라는 물질은 천연두 바이러스를 이용해서

    바이러스가 암 세포에게만 달라 붙게 유도한다.

    그렇게 되면 면역 세포가 암 세포를 알아보고 바이러스와 암 세포를 같이 공격해서 먹어버린다.

    쉽게 말해 면역세포가 피아구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도 물질이랄까?

     

    신라젠은 원래 논란이 좀 많은 기업이었다.

    기술력을 떠나 상장 전 대주주의 법적인 논란도 있었고

    이게 되냐 안 되냐? 거품이냐 아니냐? 말들이 많았다.

    당시 펙사백 투여로 암 세포가 완전히 없어진 2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외국 기사도 찾아보고 그 분들 인터뷰도 찾아보고 했었다.

    외국 의학계에서도 대박이다 아니다로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적자 기업이었지만 정말 펙사백이 상용화에 성공했다면..

    그 기업가치는 측정이 불가능 했기에 멋도 모르고 많이 투자했던 것 같다.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투자가 아니라 감성 99%의 투자였다. =_=

    이 글은 신라젠에 대한 투자가 애초에 잘 되었냐 못 되었냐를 떠나서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 주가의 변동에 따른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신라젠이 상장후 주가가 참으로 버라이어티 했는데

    이 과정에서 워낙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보니

    내 멘탈 또한 버라이어티 해졌다.

    상장 후 13,500 원으로 시작한 신라젠의 주가는 이내 계속 폭락하더니

    만원 미만으로 심지어 팔천원대 까지 계속 떨어졌다.

    하지만 갑자기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3만원을 돌파했다.

    원래 신라젠 주식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0년은 보유하기로, 주당 20만원까진 팔지 않게다고 굳게 마음 먹었는데

    막상 300% 수익이 나자 멘탈이 점차 흔들렸다.

    게다가 당시 나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했다

    어마무시한 돈을 날리게 되었는데 ㅠㅠ

    돈도 잃고, 직장도 잃고,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여자친구도 떠나고

    너무 인생에서 힘든 시기였기에 더 멘탈 잡기가 힘들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주식의 대부분을 3만원 초반에 팔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주식을 사고 팔 때

    딱 뒤에서 누가 지켜보고 있다더니..

    내가 팔자마자 주가는 거침없이 오르더니 이내 15만원을 돌파 해버렸다.

    고작 3만원에 팔아서 기회를 놓친 돈만 수억원 이었다..

    이미 주가가 3배나 넘게 오르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자꾸 번 돈보다 안 팔고 기다렸으면 벌 수 있었던 수억원에 대한 생각만 났다.

    돈을 3배 번게 아니고 오히려 5배 넘게 잃은것만 같았다. ㅠㅠ

    가뜩이나 힘든 시기였는데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아는 분은 신라젠을 거의 만오천주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만원대 초반에 10% 이익만 보고 다 팔아 버렸단다.

    주가가 15만원 넘게 올라가는 걸 보고

    우울증이 와서 정신과 상담도 받았단다.

    안 팔고 기다렸으면 20억을 벌 수 있었는데..

    10% 번 돈은 생각도 안 났단다.

    그냥 20억을 날린 것만 같았다고.. ㅠㅠ

    이 분 이야기를 듣고보니

    '참..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솔직히 위안도 들었다;;

    이렇듯 주식은 떨어져도 문제지만.. 갑자기 올라도 문제다.

    나는 그나마 다행히 14만원에서 남아있던 물량의 일부를 처분하고

    (이 때 14만원에 예약매도 걸어놓고, 오후에 정말 주문이 체결되자

    아이야 또 성급하게 팔았다며 엄청 후회하기도 했다.)

    결국 몇 년에 걸쳐 주가가 하락하는 동안

    꾸준히 조금씩 매도하고 이제는 모두 정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것 같았다.

    인간은 살면서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로 인해 배우는 것도 있다.

    이번 일로 느낀게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신라젠과 같은 기업에 많은 돈을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것.

    매출이나 이익이 없다 보니 per 나 roe 등으로

    적정 가치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공부와 확신이 너무나 부족했다.

    앞 서 이야기했듯 감성 99%의 투자였기에

    신라젠 주가의 등락에 하루종일 주가를 확인하게 되고

    팔지 말지 번뇌로 인해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ㅠㅠ

    미국의 MAFAA 나 알리바바, 텐센트처럼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고,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도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평소 거기에 대한 스터디가 잘 되어 있다면

    주가의 등락에 상관없이 꾸준히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런 기업은 갑자기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추가 매수할 수 있다!

    기껏 20~30% 수익 먹겠다고 주식투자 하는건 아닌 것 같다.

    10년 20년 30년 진득하게 보유해서

    10배 20배 30배가 되고, 꾸준히 배당도 받고

    좋은 기업과 평생 동업자로 함께 하는게 내 스타일이다.

    이런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투자한 기업의 꾸준한 실적과 거기에 대한 공부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면에서 신라젠은..

    실적도 없고, 공부도 부족했고

    설령 공부한다 해도 전문가조차 확신할 수 없는 분야라..

    나의 투자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기업이었다.

    두 번째는 주식투자를 하려면 일단 멘탈이 건강해야 한다.

    뒤돌아 생각하면 신라젠이 3만원까지 갔을때 나의 멘탈이 건강 했다면

    부동산 개발로 돈도 날리지 않고, 직업도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아마 그렇게 조급하게 팔지는 않았을 것이다.

    늘 멘탈이 건강해야 옳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주식투자를 장기적으로 한다면 늘 멘탈 관리를 해야한다.

    아이러니한건 돈에 대한 욕심을 멀리 하라는 불교 서적들이

    오히려 주식 투자의 멘탈을 관리하는데에는 굉장히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를 읽어 봐야 주식을 더 잘 소유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주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3만원 초반에 주식을 대부분 매도한 것은

    물론 멘탈이 흔들렸던 이유가 컸지만

    한편으로는 8천원대~3만원 이상 주가가 급격히 치솟자

    '이건 너무 과열이야! 지금 이렇게 팔았다가

    나중에 조정 받으면 다시 싸게 사야지!'

    라는 어이없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단기적인 주가는 신도 모른다.

    나는 투자한 기업의 본질만 변하지 않는다면

    매도 없이 꾸준히 모아가는 투자철학인데

    ㅎㅎ 사실 신라젠 투자의 고통과 경험이 여기에 제법 영향을 주었다.

    매수 타이밍에 대한 고민도 늘 있는데 (싸게 사고 싶으니까)

    어차피 단기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걸 생각하면

    그냥 주가와 상관없이 꾸준한 적립식 매수가 더 나은 것 같다

    마지막은 투자에 있어서

    운이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내가 신라젠에 미쳐서(?) 만원 미만에서 주식을 사 모으고 있을때

    친한 지인 분이 주식을 물어보셔서 신라젠 조금만 해보라고 권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분이 바로 5천만원을 신라젠에 몰빵 했다고 한다.

    당시 와이프가 4살 된 딸도 버리고..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힘겨운 이혼 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ㅠㅠ

    너무 삶이 힘들어서 ㅠㅠ 뭐 하나라도 의지할 게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로또 사는 기분으로 그냥 5천만원 다 몰빵 했다고..

    그런데 기가 막힌게 이걸 15만원 근처에서 대부분 처분 하셨다고 한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자기가 했지만 진짜 미친 짓이었다고..

    적자 회사에 5천만원을 몰빵 했다니..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분은 1년만에 거의 7~8억을 벌게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라는게 참 맞는것도 같다.

    만약 그 배우자가 바람을 안 피웠다면?

    이렇게 엄청난 돈을 벌 일도 없었겠지?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투자의 세계는 능력이 100%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수익이 나도 겸손해야하고

    손실이 나도 풀이 죽으면 안 된다.

    이번 상승장에 누가 얼마를 벌었다며

    남과 비교하면서 박탈감 느끼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쓸데없다. 남이 얼마를 벌었든 내가 제일 중요하다.

    사실 짧은 기간의 성과는 운에 많이 좌우된다.

    하지만 10년, 20년 장기투자의 성과는 단순한 운이 아니다.

    꿋꿋히 모진 파도와 번뇌를 이겨낸 인내에 대한 댓가다.

    <정리하자면>

    1. 꾸준한 실적과 공부가 장기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2. 주식투자는 멘탈관리가 필수다

    3. 단기 주가 예측은 불가능하다

    4. 투자에 있어 운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3년전 신라젠 투자를 통해서

    엄청난 번뇌와 고뇌속에서 진짜 고통 스러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 때의 그 고통과 경험들이

    이 후 나의 투자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있어

    진짜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ㅎㅎ

    그 때의 나와 같은 번뇌와 고통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모르겠다. 한번쯤 수렁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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