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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의 추억투자 2020. 3. 11. 19:45
요사이 글로벌 주식 시장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시장도 98년 피의 월요일(?) 이후로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하락률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최악이라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지난주 주식 스터디에서 잠깐 이야기가 나왔는데 ㅎㅎ
2008년 금융위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꽤 많았다.
이번 코로나 위기가 투자 한 이후로 최대 위기라고 ㅎㅎ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려 보면
내 인생에서 정말 너무나 암울했던 시기였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나의 첫 회사는 그 해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가뜩이나 얼마 안 되는 월급은 30%나 삭감 되었고
그 삭감 된 월급조차도 5개월간 나오지 않았다.
매일 매일 사무실과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는
결재 해달라는(돈 달라는) 하청업체의 독촉전화 뿐이었다.
신입 사원 때부터 나는 좀 돈에 미쳐 있었는데
별 달리 경제나 금융에 대해서 공부도 하지 않고
단지 '20대여 재테크에 미쳐라' 라는 책 한 권 읽고서는
월급의 80% 이상을 주식형 펀드에 퍼 부었다.
무슨 펀드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은행 창구 직원이 권하는 (수수료 가장 높은)펀드에
내 소중한 전 재산을 털어 넣었다.
그저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만 꾸준히 하면
은행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줄 알았다.
게다가 당시 은행 이자가 4~5% 되었는데
펀드 수익은 매년 10% 이상씩 쭉쭉 났던 시절.
왜 바보같이 은행 적금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였다.
2000년 초반부터 이어진 전 세계적인 버블의 끝자락이었다.
결국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주식형 펀드에 있던 내 전 재산은 반토막이 났다.
계좌화면에 뜬 -48% 그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뉴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나와서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MB의 후보시절 공략은 코스피 3000 돌파 였다)
거의 반토막으로 폭락한 펀드를, 그리고 주식을
그 때 더 사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돈이 없었다. ㅠㅠㅠㅠ
월급이 5개월간 밀리니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부모님 집에 기거하고 있어
생활하는 데에는 지장은 없었지만
가정이 있는 분들은 투자는 커녕 생활비도 없어
이 곳 저 곳에서 돈을 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와중에 설상가상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ㅠㅠ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녀의 친구들이 나에게 말해주길
새로운 남자는 돈 잘 버는 펀드 매니져란다.
월급도 삭감되고, 그마저도 안 나오고
회사는 파산할지? 어떻게 될지?
퇴직금은 받을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는데
펀드에 투자한 전 재산은 반토막 나고
여자친구는 돈 잘 버는 펀드 매니져에게로 떠나 버리고
정말 좋은 일이 하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밤만 되면 집 근처를 계속 배회했다.
어두운 밤길을 걸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대에는 농사를 짓는 농부나, 고기를 잡는 어부나
집업의 귀천이나 격차 따위는 없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 현대에는 직업에 따른 격차가 이렇게 큰 걸까?
펀드 매니져 연봉을 인터넷에 검색 해보니
내가 받는 연봉의 2~3배 이상 이었다.
펀드 매니져라는 직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보다 몇 배나 많은 돈을 버는걸까?
정작 펀드에 투자한 내 전 재산은 반토막 나게 했으면서..
나도 펀드 매니져란걸 해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전공이나 경력과는 너무나 달랐고
무엇보다 내 스펙으로는 불가능했다. ㅠㅠ
암울한 나의 현실에 한숨 쉬며
정처없이 걷다보니 문득 눈 앞에 서점이 보였다.
뭔가에 홀린것처럼 서점으로 들어갔는데
내 눈에 딱 보인 책이 있었다.
사람의 인연 뿐 아니라 책과의 인연도 놀랍다.
그 날 이 책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나의 인생도 달라졌으리라..
대체 왜 직업마다 급여의 차이가 이렇게 큰건지?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건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반토막 나버린 내 전 재산은 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건지?
나는.. 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든 것에 대한 의문을 이 책이 알려줄 것만 같았다.
... 물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까진 알려주진 않았지만 ㅎㅎ
실물경제에 완전히 문외한이었던 내게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고
결국 내 투자와 인생까지도 바꾼 책임은 부정할 수 없다.
당시 나는 직업에 따른 연봉의 격차,
즉 소득의 불공평함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소득이나 직업의 격차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직업' 이 아니라 '자본' 이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였던 것이다.
'노동주의' 가 아니다. 노동은 별로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캐피탈, 즉 자본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결국 그 사람을 고용해서 일을 부리는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어 있었고
그 회사의 이익도 결국은 주주들이 가져간다.
알리바바가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중국 청년들이 밤을 세고, 주말도 없이 일하며
회사를 위해 청춘과 열정을 불살랐지만
결국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이익을 본 사람은
마윈에게 투자하여 3,000배 수익을 낸 손정의 였다.
직원(중국청년들) < 회사(마윈) < 주주(손정의)
나보다 2~3배 고액 연봉을 받던 그 펀드 매니져도
결국 밤낮 없이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내가 굳이 어렵게 그런 펀드 매니져가 될 필요 없이
그저 그 회사의 주식을 사면 되는 것이었다.
밤 세워 야근하며 열심히 일한 그 펀드 매니져의
수고에 대한 댓가는 결국 회사와 주주에게로 가게 되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주주를 개똥으로 알지만 ㅠㅠ)
자본과 투자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결국 자본을 최대한 축척해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다니고 있는 회사도 길게 보면
내 자본을 축척시켜주는 도구에 불과했다.
전 재산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도
월급이 5개월간 밀리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참고 인내하고 기다렸다.
다행히 회사 사정이 어느정도 풀리게 되면서
밀렸던 월급과 경비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 돈으로 다시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
숨 쉬고 생존에 필요한 돈 빼고는 ㅎㅎ
거의 다 투자에 몰빵했다.
점심값도 아끼기 위해 집에서 도시락을 싸가고
출 퇴근도 걸어서 다니니 하루에 한 푼도 안 쓰는 날도 허다했다.
-30~40% 계좌에 월급 받은 돈으로
손을 덜덜 떨며 ㅎㅎ 추가 매수를 했다.
머리로는 이게 맞다는걸 알면서도 너무 무섭고 떨렸다.
그 덕분인지 주가와 펀드는 엄청나게 빨리 회복했다.
반토막에서 원금까지 거의 1년도 채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또 1~2년이 지나
2011년 4월 코스피는 2,231 최고점을 찍었고
내 전 재산은 반토막에서 +40~50%까지 회복했다.
수익율뿐 아니라 3년간 월급의 대부분을 적립했으니
원금 자체도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여기에 4년 넘게 일한 회사를 그만두며 받은 퇴직금과 함께
이 돈이 내 인생의 첫 종자돈이 되었다.
(그때 이 돈을 애플,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투자했다면 좋았을텐데.. ㅠㅠ
당시엔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처음 금융위기를 맞이 했을 때는
나보다 3~4년 먼저 취업해서
전 세계적인 글로벌 버블의 열매를 맛 보았던
선배들이 무척이나 부러운 생각도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오히려 내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금융위기를 맞고 회사도 법정관리로 휘청휘청하고
급여도 안 나오고 전 재산이 반토막이 났던 ㅠㅠ
그 악몽과도 같았던 경험들이
나중에 투자를 하는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투자는 사실 많이 아는 것보다 멘탈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금융위기나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현실에 안주하며,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고
은행 직원이 추천해주는 펀드에 만족하며
신문도 보지않고, 투자에 관심도 갖지 않은채로
자본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었을것이다. ㅠㅠ
이번 코로나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급 위기라고도 하는데
그렇게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주가 수준으로만 보면 사실 그렇게 많이 빠지지도 않았다.
미국 기준으로만 보면 고작 고점에서 15%?
중국은 오히려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올랐다. =_=
반토막 정도는 나야지 진짜 위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가 오면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대출까지 받아서 폭락한 종목을 주워 담을만 하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런 위기의 장기화다.
일본처럼.. 혹은 우리나라 코스피처럼
10년, 20년 장기간 침체 되면 어떻게 하나
저평가가 수 십년간 이어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30년간 끝없이 하락했던 일본의 주가지수
코스피처럼 지수에 투자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10년 뒤에도 성장하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 이나 '섹터' 에 집중 한다면 별로 걱정할 것 없다.
계속 성장하고 돈 잘 버는 기업은
실적에 맞게 주가도 성장하게 되어 있다.
결국 주식투자의 성패를 정하는 것은
오로지 기업의 이익 뿐이다.
코로나니 유가하락이니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투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제발 시장은 상관하지 말자.
10년뒤에도 계속 돈을 잘 벌 수 있는
그런 기업, 혹은 섹터에 장기투자하면 된다.
4차산업 혁신을 이끄는 IT 테크, 컨텐츠, 헬스케어
[주식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가 좋고, 분석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단지 '용기' 와 '인내력' 이다]
때론 너무 많이 아는 것이 독이 될 때가 있다.
기업을 잘 선택 했다면
용기를 가지고 꾸준히 주식을 사 모으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자. 단순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설령 위기가 온다 해도 그것은 동시에 기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돈으로 가치를 메길 수 없는 소중한 투자 자산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2008년 금융위기를 추억하듯 ㅎㅎ
앞으로 10년 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추억할 수도 있다.
그 때 웃으며 지금을 떠올릴 것인가?
아니며 땅을 치며 후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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