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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대한 개츠비' 를 3번 읽고..
    2023. 3. 30. 09:47

    몇 년전, 갑작스럽게 공항에서 10시간 넘게 대기할 일이 생겼다.

    아무런 준비를 해오지 못해 책을 한권 사러 갔다.

    오랜시간 찬찬히 곱씹을만한 책으로 머리속에 두 권을 생각했다.

    '위대한 개츠비' 와 '참을수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공항의 조그만 서점에 마침 포켓북으로 이 책이 있었다.

    덕분에 무려 10시간동안 강제 독서를 하게 되었다.

    어차피 남아 도는게 시간이라서 그런지

    정말 오랫만에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읽게 되었다.

    공항에 갇혀있던(?) 그 10여시간이 참 즐거웠다. ㅎㅎ

    개츠비는 워낙에 유명한 소설이고

    가장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하지만

    의외로 그 스토리는 막장에 가깝다.

    주인공 개츠비는 엄청난 부자로

    매일 밤, 자신의 대 저택에서 화려한 파티를 연다.

    어느날 자신의 옆 집에 사는 닉을 파티에 초대하는데

    사실 개츠비가 매일 파티를 열었던 이유는 이 닉을 통해서

    닉의 사촌동생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예전에 서로 사랑하던 사이였지만

    빈털털이였던 개츠비는 그녀와 결혼하지 못했고

    결국 데이지는 학벌과 집안이 좋은 부자인 톰과 결혼한다.

    개츠비는 이때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고,

    다시 옛 연인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서 닉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닉의 소개로 다시 재회한 개츠비와 데이지..

    데이지는 개츠비의 엄청난 저택과 부에 눈이 휘둥그래진다.

    결국 둘은 다시 예전의 감정을 느끼며 만나게 되고

    데이지의 남편인 톰이 이를 알아차린다.

    사실 톰 또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지만 ㅎㅎ

    자신의 아내가 바람 피우는건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자신과 이혼을 한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결국 모두의 앞에서 개츠비의 실체를 까발린다.

    출신도, 옥스포드 졸업도, 모두 사기고

    지금의 부도 불법으로 이룬 검은 돈일뿐이라고..

    데이지는 원래 톰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려 했지만

    남편 톰의 폭로로 마음이 흔들려 말을 확실히 하지 못하고

    개츠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실수로

    남편 톰이 바람피고 있는 여자를 차로 치어 죽인다.

    개츠비는 패닉에 빠진 데이지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위로했지만

    결국 톰은 죽은 여자의 남편에게 개츠비의 이름을 알려주고

    데이지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있던 개츠비는

    데이지가 죽인 여자의 남편에게 총을 맞고 비참하게 죽는다.

    개츠비의 장례식에 데이지는 물론이고

    파티에 참석했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도 오지 않는다.

    허영과 속물들만 가득한 뉴욕생활에 환멸을 느낀 닉은

    출세를 포기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어렸을때 청소년용으로 나온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으로 읽었을때

    나는 개츠비가 좀 무섭게 느껴졌다.

    데이지가 사는 집 맞은편 저택을 사는것도 그렇고

    그렇게나 한 여자에게 집착하는 개츠비가 좀 싸이코 같았다.

    결말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각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개츠비가 누구한테 왜 죽었는지도 모르겠고

    수영장에서 허무하게 총에 맞아 죽는 결말이

    어린나이에는 너무 충격적이고 끔찍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 군대에서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상실의 시대' 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읽었다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상실의 시대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 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평론가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는게

    그 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도 여러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고

    20대 중반즈음에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개츠비는 더이상 무섭거나 싸이코가 아니었다.

    정말 제목 그대로 위대한 남자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흙수저 맨몸으로 엄청난 부를 쌓아올린 그 야망과 능력!!

    그런 부와 명성을 얻었음에도 타락하지 않고

    순수함을 간직한 그의 영혼!

    개츠비가 너무 존경스러웠고 그처럼 되고 싶었다.

    말하자면 그는 내 인생의 롤모델이었다.

    젊은날 대부분의 남자분들이 경험했겠지만

    나 또한 개츠비처럼 가난하고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사랑을 놓친적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개츠비처럼 부자가 되고 싶어서 ㅎㅎ

    한 푼도 안 쓰고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사랑 때문에 돈에 미쳤던것인데..

    돈에 미쳤던 바람에 괜찮은 사람과 사랑을 놓친적이 많았으니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몇 년 전에는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를 보기도 했다.

    30대가 되어 영화로 개츠비를 보고 나니

    이번엔 그가 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것은 지나간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 가사도 있는데..

    그는 이미 지나간 과거에 너무 집착하고

    결국 파멸하고 말았다.

    그가 집착했던 과거도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데이지는 그가 그렇게나 사랑할만한 가치가 없는 속물이었다.

    개츠비가 그렇게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된 것은

    데이지에 대한 수수한 사랑과 열정 때문이었지만

    데이지가 부자인 톰과 결혼한 것은

    톰이 가진 돈과, 집안, 기득권, 남들의 시선과 안정감 때문이었다.

    데이지는 사실 남편 톰이 바람 피고 있는걸 알고 있었지만

    이혼하면 이 모든걸 잃을까 두려워 헤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데이지와 개츠비가 다시 만났을 때

    개츠비의 화려한 실크 셔츠를 보면서

    "이렇게나 아름다운 셔츠를 본적이 없어. 그래서 슬퍼.."

    라면서 눈물을 보인다.

    아름다운 셔츠를 보면서는 눈물까지 흘린 그녀였지만

    정작 개츠비를 위해서 눈물을 흘린적은 한 번도 없다.

    마지막에 데이지가 개츠비를 선택할 수 없었던 것도

    결국 남편 톰이 한 말 때문이었다.

    즉 전통적인 부자인 자신과 달리

    개츠비의 부는 하루아침에도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것이라고.

    데이지가 사랑한 것은 개츠비라는 인간이었을까

    아니면 화려한 저택이니, 값비싼 셔츠니, 그런 물질적인 부였을까.

    사실상 자신때문에 개츠비가 죽은거나 다름 없는데

    그의 장례식에 꽃 한 송이 보내지 않고

    남편 톰과 서둘러 도망친 것을 보면 그녀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알 수 있다.

    ... 개츠비만 모른다. ㅠㅠ

    다시 정리하자면..

    10대에는 개츠비가 무서웠고

    20대에는 개츠비처럼 되고 싶었고

    30대에는 개츠비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작품속에서 개츠비의 나이가 서른 초반즈음으로 묘사되니

    나는 이제 개츠비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셈이다. ㅎㅎ

    개츠비보다 더 나이가 들고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고난후

    공항에서 찬찬히 곱씹듯 책을 세 번째로 읽고 나니

    이번에는 그가 무섭지도.. 존경스럽지도..

    바보같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단지 그냥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말 그대로 가슴이 먹먹하여 몇 일동안 좀 우울했다.

    왠지 개츠비도.. 데이지도.. 심지어 톰 마저도..

    조금 이해가 됐다.

    아.. 그래.. 그럴수도 있었겠다..

    어느 누구 특별한 악역은 없었다.

    그저 다들 자신들의 욕망대로 행동했을뿐이었다.

    잘못이 있다면 천박한 자본주의 시대 그 자체였을까..

    영화 '봄날은 간다' 에서 주인공 유지태의 고모로 나오는

    신신애의 명대사가 있다.

    유지태가 신신애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이가 좋았냐고 묻자

    신신애는 너무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근데 왜 바람 폈대? 라고 묻는 유지태에게 ㅎㅎ

    신신애는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한다.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단다..]

    또 이런 명대사도 있다

    [지나간 버스와 여자는 잡는게 아니야..]

    오랫만에 읽어서 그럴까..

    아니면 너무 차분하고 천천히 읽었기 때문일까..

    여지껏 내가 알고 있던것과 다른 내용이 몇 있었다.

    가장 의외였던것은 데이지가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것처럼

    그렇게 나쁜X 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쨋든 그녀는 개츠비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데이지의 고향 후배인 조던이 주인공 닉에게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잠시 나온다.

    데이지는 루이빌 최고의 부자집 자제였고

    그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가씨였다.

    모든 젊은 장교들이 그녀와 잠시라도 데이트 하고 싶어 안달복달했다.

    그런 그녀가 돈 한푼 없는 군인인 개츠비와

    사랑에 빠지고 실제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된다.

    이 때는 정말 개츠비라는 인간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것이다.

    나중에 개츠비가 1차 대전에 참전하러 가게 되자

    데이지는 그를 배웅하려고 어느 겨울밤 몰래 짐을 싸서 뉴욕에 가려다 부모님께 붙잡힌다.

    그 후로 가족들과 몇 주동안 말도 안하고 지내다가

    다음 해 가을이 되어서야 다시 예전처럼 명랑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엄청난 부자 톰 뷰캐넌과 결혼을 하게 되는데

    결혼식 전날의 리허설 만찬 전..

    데이지는 기가 막히게 술에 취한채로

    톰이 결혼선물로 준 커다란 진주 목걸이를 손에 들며 말한다.

    [이걸 아래층에 가져가서 주인에게 돌려줘.

    그리고 데이지의 마음을 바꿨다고 말해.

    데이지가 마음을 바꿨어요! 이렇게 말해줘]

    그리고는 울고 또 울기 시작한다.

    그녀의 손에는 편지 한 장이 들려 있었는데

    물에 젖은 편지를 너무 꼭 쥐는 바람에

    그 편지는 눈송이처럼 흐물흐물 찢어지기 시작한다.

    그 편지를 누가 썼는지는 말할것도 없다.

    물론 이렇게 순수하게 개츠비를 사랑했을때의 그녀와

    나중에 개츠비의 값비싼 실크셔츠 때문에 눈물을 보이고

    개츠비가 죽은 후 그의 장례식장에

    꽃 한송이 보내지 않은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무엇인가가 그녀를 변하게 했다.

    인간은 누구나 변한다.

    인생의 풍파와, 주변사람들과 자신의 위치, 환경 등에 의해서..

    혹은 그 스스로에 의해서..

    살아오면서 이런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참 씁쓸하고.. 남의 일 같지 않다.

    데이지가 차로 사람을 치어 죽인 날 밤..

    개츠비는 데이지를 걱정하여 그녀의 방 불이 꺼질때까지

    새벽 4시까지 밖에서 서성거리며 기다렸지만

    데이지는 애초에 개츠비에게 돌아갈 마음이 없었을것이다.

    전통적 부자인 남편 톰과는 달리

    개츠비의 부는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모래위의 성처럼 불안한 것이라는걸 알게된 후 부터..

    소설속 화자인 닉의 말대로 개츠비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 무언가를 지키느라 그렇게 홀로 계속 서 있었다.

    나도 그랬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이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라는것을..

    속으로는 깨닫고 있지만.. 좀처럼 인정하지 못한다.

    이미 존재하지도 않는 그 무언가를 지키느라 그렇게 홀로 계속 서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나오는 글 중..

    [스쳐가는 인연은 그냥 보내라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그 사람도 처음엔 진실이었을것이다.

    단지 변한것 뿐..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진실을 쏟아부은 나의 미련함이 잘못이다.

    하나 아이러니한 것은

    개츠비가 그렇게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공교롭게도 신분의 벽으로 데이지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개츠비가 전쟁으로 떠나지 않았고

    그냥 그 둘이 신분의 벽을 극복하고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면..

    아마 개츠비는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츠비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가질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욕망이었던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대부분의 남자들이 품는 야망의 최종 목적은

    결국 예쁜 여자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ㅎㅎ

    여자가 없는 곳에서는 원대한 야망도 없단다.

    대표적인 예가 교도소로 그곳에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식사, 잠자리, 담배 한개피 등

    동물적 본능에만 충실할뿐 원대한 야망따윈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에 예쁜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

    원대한 야망과 꿈은 빛을 잃고 나태해져서

    결국 그 여자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할 능력까지 잃어버려

    사랑과 야망을 다 놓치고 파멸하는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ㅎㅎ

    아이러니한 일이다.

    개츠비가 위대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될 수 있었던건

    공교롭게도 데이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니..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인 피츠제럴드 또한 사랑하는 연인과

    가난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기 때문에

    그 분노와 욕망, 열정에 힘 입어

    이렇게 유명한 작가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츠제럴드는 작가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게 된 후

    결국 원래의 연인인 부잣집 아가씨 젤다와 결혼하게 된다.

    즉 위대한 개츠비는 작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였다.

    다만 주인공 개츠비는 결혼에 실패했고, 작가 자신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와 명성과 사랑하는 연인까지

    모든것을 다 가진것 같은 피츠제럴드였지만..

    그 후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냐고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다.

    피츠제럴드는 성공한 후, 엄청난 낭비벽으로 벌어놓은 돈을 물 쓰듯 써댔고

    심각한 알코올 중독증으로 술 없이는 못 사는 인간이었다.

    게다가 그렇게나 사랑했던 젤다를 놔두고 엄청나게 바람을 피워댔다.

    가질 수 없을 때는 그토록 원했으면서

    막상 가진 후에는 또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는

    욕망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불쌍한 호모 사피엔스여..

    그의 부인인 젤다가 흔히 알코올 중독 환자에 정신병자로 많이들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발레, 글쓰기, 미술 등 예술적 재능이 매우 뛰어난 여인이었다고한다.

    '위대한 개츠비' 의 여러 문구들도 그녀가 직접 쓴 글이 많다고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그녀가 글쓰기나 예술을 못하게끔 막고

    나중에는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두기도 했단다 ㅠㅠ

    피츠제럴드는 말년에 알코올 중독과 병마, 심지어 경제적 어려움까지 시달리다가

    심장마비로 고작 44살에 사망한다. ㅠㅠ

    계속 정신병원에 갇혀 있던 그의 아내 젤다 또한

    몇 년후 어이없이 병원내 화재로 사망한다. ㅠㅠ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의 최후를 생각하니

    씁쓸하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품속 개츠비의 허망한 최후는

    자신의 처참한 미래를 예견한 것이었을까..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스토리가 우리나라에도 하나 있는데

    바로로 이수일과 심순애다. ㅎㅎ

    이수일과 심순애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고 결혼을 약속했지만..

    어느날 대 갑부의 아들 김중배가 심순애를 꼬시게 된다.

    다이아몬드와 각종 물질 공세에 결국 넘어간 심순애는

    이수일을 버리고 갑부 김중배와 결혼하게 된다.

    이때 이수일이 심순애에게 하는 세기의 명대사..

    [김중배의 다이아가 그렇게도 탐나더란 말이냐!?]

    울분과 분노, 타락끝에 이수일은

    악덕 고리대금업자 밑으로 들어가 악착같이 돈을 모아 큰 부자가 된다.

    여기까지는 위대한 개츠비와 상당히 비슷하다.

    But 결말은 상당히 다르다.

    부자가 된 후 데이지를 찾은 개츠비와는 다르게..

    여기서는 오히려 심순애가 먼저 이수일을 찾는다.

    (잘못을 뉘우친건지;; 이수일이 부자가 되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수일은 심순애를 매정하게 대하고 내쫒는다. (상남자;;)

    상심한 심순애는 대동강물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는데..

    다이아에 혹해 이수일을 배반한 심순애..

    고리대금업으로 더욱 물질주의자가 된 이수일..

    참 아이러니 하면서도 서글프다.

    그런면에서는 순수한 개츠비가 이수일보다는 나은듯하다.

    사실 이수일과 심순애도 일본소설을 본 딴것이고..

    이 일본소설도 영국소설을 본 딴것이라니..

    남자의 성공과 사랑에 관한 주제는

    동서양, 시대를 초월하여 늘 핫한 대중의 관심거리다.

    어찌보면 데이지를 두고 다투는 톰과 개츠비는

    전통적부자(톰)와 신흥부자(개츠비)간의

    대결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이 대결에서 신흥부자 개츠비는 패배한다.

    아무리 본인의 능력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도..

    전통적 부자에게 이길수는 없는걸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언젠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꼬마애 둘이 이야기하는걸 들었다.

    "우리 부모님이 부자라서 참 다행이야"

    "바보야, 부모님이 부자인건 아무 의미없어, 할아버지가 부자여야해"

    꼬마애들의 말에 기가 차었는데

    실제로 요즘 신랑감 1위가 할아버지가 부자인 남자;;

    2위는 아버지가 부자인 남자;;

    3위가 비로소 본인이 부자인 남자라는 말이 있으니 ㅎㅎ

    위대한 개츠비가 쓰여졌던 백년전의 천박한 자본주의 시대보다

    과연 지금은 조금 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과거에 관한 개츠비와 닉의 대화였다.

    닉이 말했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어요]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요!]

    그는 자기 주변을 거칠게 두리번거렸다.

    집 앞 어둠 속 어딘가에..

    손이 닿지 않는 그 어딘가에 과거가 숨어 있기라도 하듯이..

    ㅠㅠ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수 없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마치 손에 잡을수 있는 어떤 것처럼..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하는.. 개츠비..

    순수한걸까.. 바보 같은걸까..

    바보같은 개츠비와 달리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성공과 부, 사랑에 대한 집착이 낳는 결과가

    어떠한지 우리는 이제 잘 알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었던 아닐까..

    과거의 파도에 맞서 싸우며 꿋꿋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정작 본인은 그렇게 잘 살지 못한것 같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본이 아니게 공항에서의 강제독서였지만

    내 인생에 있어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렇듯 오랫동안 책을 읽고 곰곰히 사색하기가 쉽지 않다!

    이 포켓북이 있던 공항 서점 주인장의 센스에 감사를 표한다.ㅎㅎ

    나도 이로써 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게 되었으니

    하루키와 친구가 될 수 있으려나.. ㅎㅎ

    같은 작품을 왜 세 번이나 읽어야 하는지

    어렸을 때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게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느껴지는게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10대에는 그저 무서웠던 개츠비

    20대에는 내 인생의 롤모델이던 개츠비

    30대에는 바보같이 느껴졌던 개츠비

    40대에는 그저 먹먹하고 가슴이 짠해지는 개츠비

    50대에는 또 어떤 느낌이 드려나?

    10년 뒤 쯤 ㅎㅎ 또 한번 리뷰를 써 보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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