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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풍성하게 사는법책 2023. 3. 23. 22:02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본 도끼같은 작은 글귀가 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거야]
좋은 책이란 큰 충격과 울림을 주는 도끼 같은 것이다.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며
한 줄 한 줄 읽을때마다 내면의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느껴야 한다.
... 라고 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광고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이다.
광고쟁이가 인문학 책이라니?
하지만 좋은 책을 통해서 예민해진 자신의 촉수가
결국 좋은 광고 아이디어를 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꼭 광고업계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꼭 필요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 책은 조금 더 풍성하고 풍요롭게 인생을 살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나온지 10년도 넘은 책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10년 전에 읽었을 때는 그렇게 많은 것들이 와닿진 않았다.
내 두터운 얼음을 깨부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때는 내가 너무 돈에 미쳐 있었고 감수성이 메말랐던 것 같다.
하지만 10년이 지난후 우연히 책장에서 발견하여 무심코 읽었는데
이번에는 여러므로 느껴지는게 많았다.
두터운 얼음에 금은 조금 간 것 같다. ㅎㅎ
인상깊었던 부분을 몇 가지 공유해볼까 한다.
첫 번째로, 풍성한 인생을 살기 위해선 훈련이 필요하단 것이다.
책 한 권 읽었다고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이 풍성해지지 않는다.
이론을 익혔으면 실천을 해야 하고, 거기에는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속도를 줄이기는 것이다.
우리 현대인의 삶의 속도는 빨라도 너무 빠르다..
속도와 풍성한 삶과의 관계는 예전에
제주를 여행하면서 나도 절실히 느낀적이 있다.
처음 제주를 여행했을 때, 나는 자동차를 렌트했다.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찍으며 제주를 한 바퀴 돌았다.
물론 좋았지만, 그렇게까지 큰 감흥은 없었다.
얼마후 친구의 제안으로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반바퀴를 자전거로 여행하게 되었다.
어라? 자동차로 갔던 길과 같은 길인데도 느낌이 많이 달랐다.
햇빛, 구름, 하늘, 바람, 바다냄새를 온 몸으로 느끼며
탄성을 지르며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힘든 일이 있어 홀로 제주를 걷게 되었다.
오로지 두 발로 올레길을 2주간 일주했다.
자전거로 갈 수 없는 오름과 숲길, 바위길, 해안길을 걸으니
또 자전거에선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보였다.
이름모를 길가의 풀꽃, 햇살에 반사되어 흔들리는 억새의 자태
철썩철썩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하얀 거품들
담벼락마다 그려져있는 초딩들의 귀여운 그림들
내가 사랑하는 제주 멍뭉이와 길냥이까지 ㅎㅎ
결국 나의 제주여행은 도보 > 자전거 > 자동차 순으로 좋았는데
이는 여행의 속도와 관련이 있었다.
속도가 느릴수록,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느리면 느릴수록 역설적으로 더 풍성한 여행이었던 것이다.
우리 삶도 똑같다. 자동차로 일주했던 것처럼
그저 목적지까지 빨리만 가려 한다면, 많은 것들을 놓칠 수 있다.
심지어 자동차가 아니라 고속버스, KTX, 비행기처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삶이 얼마나 많은가?
풍요로운 삶과 성공한 삶은 다르다.
성공한 삶은 외제차, 좋은집, 돈이 떠오른다.
하지만 최고급 삼페인과 캐비어를 매일 먹을 수 있는 삶이 풍요로운 삶일까?
그렇게 살면 죽을 때, 풍요로운 삶을 살았노라 만족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부자와 풍요로운 삶은 다르다.
햇살과 나뭇잎의 아름다움 하나 느끼지 못하는 인간은
아무리 부자라도,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것이다.
[하루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이 시에서 봄을 행복으로 바꿔 읽어도 말이 된다.
행복은 사실 바로 여기에 있다. ㅎㅎ
지금 여기의 아름다움과 디테일, 행복을 느끼지 못한채
속도에만 집착하는 레이스가 된 삶은 피폐하다.
명문대 진학, 대기업취업, 내집마련, 부장진급 등
이런 것들만 쫒다 노인이 되면 그 인생은 너무 허무하지 않은가?
이런 목적형 삶, 레이스형 인생은 우울하다.
속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순간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는 삶이 풍성한 삶이다.
순간의 행복에 집중하려면 훈련을 해야 한다.
같은 것을 보고도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삶의 풍요와 빈곤이 나뉜다.
즉 삶의 풍요는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감상의 폭인 것이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아무것도 못 느끼다가
베인 나뭇잎, 날아가는 새, 반짝이는 빗방울 등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면 그게 풍성한 삶이다.
저자는 죽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프리젠테이션 석상에서 박수 받는 순간이 아니라
어느 햇살, 어느 나뭇잎, 어느 달빛이 떠오를 것 같다고 한다.
혹은 어떤 대화, 표정, 그런것들이 많이 축척되어 있으면
풍요롭게 잘 살다 가는 것이라는 것..
수시로 해외여행에 다닐 수 있고
매일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를 탈 수 있는 부자지만
루브르 박물관에서 "야 빨리 빨리 와. 찍어. 가자" 하는 사람과
열심히 10년간 모은 돈으로 간 5박6일의 파리 여행에서
휘슬러의 <화가의 어머니>라는 작품 앞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사십분간 발을 떼지 못한채 소름이 돋은 사람..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풍요롭게 살고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헬렌 켈러의 유명한 말이 있다.
[숲을 산책한 친구에게 뭘 봤냐고 물었더니, 별거 없었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얼굴에 느껴지는 바람, 나뭇잎과 자작나무와 떡갈나무 몸통을
만질 때의 전혀 다른 느낌, 졸졸졸 지나가는 물소리 등
보지 못하는 나도 흥미로운 것을 수백 가지나 찾을 수 있을텐데..]
시청은 흘려 보고 듣는 것이고, 견문은 깊이 보고 듣는 것이다.
우리는 시청이 아닌 견문을 해야 한다.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제대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목걸이를 하나 만들어놓고
여기에 진주를 하나씩 꿰는 과정이란 말도 인상깊다.
여기서 진주가 바로 삶의 그런 순간순간을 의미한다.
이 글을 쓰다가 배가 고파서 볶음밥을 한 후
도시락통에 넣어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 숲 벤치로 가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ㅎㅎ 하늘과 사람 구경을 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이 살랑살랑 ㅎㅎ
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의 표정 모두 행복해보였다.
할머니 한 분이 2~3살 되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같은 벤치에 앉으셨는데, 아이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ㅎㅎ
ㅎㅎ 이런 순간이 바로 삶의 진주일까?
알랜 드 보통도 '불안' 이라는 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이외에 다른 부는 없다.
돈이 많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고
친구가 많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하다. ㅎㅎ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 발견의 대상이다.
주변에 널려있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훈련에는 좋은 책, 고전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 ㅎㅎ
[책은 그 자신만이 발달한 감수성으로
우리를 예민하게 하고 우리의 숨겨진 촉각을 자극하게 된다]
예민한 감수성으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게 되면 결국 삶이 조금씩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저자의 촉수이야기도 ㅎㅎ 한편으론 인상 깊었다.
저자가 목표로 삶는 것이 바로 촉수인간이다. ㅎㅎ
온 몸이 예민한 촉수로 덮여 있어서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느끼고 감지하는 것이다.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무엇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렇게 온전히 내 인생을 풍성하게 사는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인생이라는 포도의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는게 아니라
씨까지 다 씹어먹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는데 ㅎㅎ
우리도 여러 좋은 책들을 통해서 온몸 가득 촉수를 만들어
인생을 남김 없이 꼭꼭 씹어서 즐겨야 한다. ㅎㅎ
두 번째는 지중해문학, 카르페디엠이다.
대표적인 지중해문학으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
지중해문화를 이해하려면 일단 날씨를 이해해야 한다.
북유럽은 햇빛이 들지 않고 우중충한 날이 많아서
내내 집 안에만 처밖혀 있다보니 철학자가 많고
남유럽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화가가 많다는 말이 있다.
남유럽에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이쪽의 날씨는 진짜 너무 햇빛이 쨍하고 좋다. ㅎㅎ
찬란한 햇살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곳이라고 할까 ㅎㅎ
이런 환경에서는 살기 위해 아둥바둥할 필요가 없다.
숲이나 바다에 조금만 들어가면 먹을만한게 잔뜩 있고
햇살은 좋고, 삶은 즐겁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삶이
결국 죽음으로 사라진다는게 너무나 슬픈 사람들이다.
그래서 순간을 즐기며, 오늘 하루의 햇살을 소중히 여기며 산다.
카르페디엠, 시즈더모먼트,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
심지어 왕자의게임에서 나오는 발라 모굴리스(인간은 다 죽는다)까지도
지중해의 쨍한 날씨와 철학이 깃든 말들인 것이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유명했던 돈 후안도 지중해 출신이다.
이 여자를 만나면 그 여자에게만 집중하고
저 여자를 만나면 또 그 여자에게만 충실했다.
지금 여기, 지중해 철학을 철저히 지켰기에 바람둥이가 되었을려나 ㅎㅎ
'지금 여기에 충실하라' 는 지중해 철학의
가장 유명한 캐릭터로 '그리스인 조르바' 에서 조르바가 있다.
소설의 화자이자, 젊은 지식인 '나'는
우연이 조르바를 만나 같이 탄광 사업을 하기로 한다.
화자인 '나'는 책속의 진리에만 갇혀있는 책벌레에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생각이 많은 타입인데 반해서
조르바는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이고 ㅎㅎ
지금 여기의 쾌락과 기쁨에 매우 충실한 지중해적 인물이다.
책 중에 대지와의 탯줄을 끊지 않은 사람이란 표현이 있는데 절묘하다.
조르바라는 인간을 잘 설명해주는 대사가 있다.
자신을 고용해달라는 조르바의 제안에 '나'가 고민하자
"무슨 생각을 하시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거요"
"내가 산투르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지금 여기에 철저히 집중하는 ㅎㅎ 조르바.
"내게 중요한 것은 어제, 내일 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조르바, 지금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잘해보게.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엔 아무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
조르바를 만나며 변화는 소설의 화자 '나'가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는 글도 인상깊다.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 뿐이었다.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데 필요한것이라곤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책 행복의기원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거창한 소명이나 성공, 성취, 이런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과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은 다른 것이다.
포도주 한 잔, 맛있는 식사 한 끼, 바다 소리 등
행복한 삶은 지금 여기 눈 앞에 보이는 현실에 있는 것이지
고귀한 사상이니, 거창한 철학이니, 어려운 책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르바를 만나기 전의 책벌레이자 지식인 '나'와
지금 여기, 현실의 쾌락과 기쁨에 충실한 조르바 ㅎㅎ
어느쪽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태어나는 동시에 죽어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결국 죽음은 찾아온다.
발라 모굴리스.
어차피 죽는 것은 막을 수 없으니, 안절부절하며 슬퍼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
내 운명을 사랑하고, 이 아름다운 세상을 잘 느끼고 향유하자.
카르페디엠. 시즈더데이.
마지막 세 번째는 소박한 삶이다.
책에 굉장히 유명한 고전작품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과
'안나 카레니나' 두 편이 나온다.
사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년)은
안나 카레니나(1878년)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작품이다.
두 소설 모두 두 커플의 4각 구도 로맨스 구조이고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 커플이 키우는 개 이름이 카레닌이며
두 사람이 만난 계기도 안나 카레니나 책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몇 번이나 읽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첫 페이지부터 니체의 영원회귀가 나오고 ㅎㅎ
철학과 역사와 사랑이 뒤섞여 있어 참 집중하기 힘들었다.
가볍고 자유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의사 토마스와
진지한 사랑과 운명을 믿는 웨이트레스 테레사
자유로운 영혼인 화가 사바나와
그녀의 애인이자 진지한 유부남 대학교수인 프란츠
이렇게 4명의 4각 관계인데
토마스와 사바나는 자유와 가벼움을 추구하고 ㅎㅎ
테레사와 프란츠는 진지함과 무거움을 추구한다.
가벼운 사람과 무거운 사람끼리 만나면 모두가 해피할것을
사랑의 작대기는 늘 공교롭기 마련이다. ㅎㅎ
결국 토마스는 도시에서 의사의 직위를 모두 포기하고
테레사와 시골로 내려가 정비사 일을 하게 된다.
일이 끝나면 같이 술을 마시고, 때론 같이 춤을 추고
가끔 이웃 마을에 놀러가 호텔에서 묶는 등 소박한 삶을 살게된다.
반면 사바나는 프란츠가 진지하게 고백해오자 그를 떠난다.
말하자면 가벼운 토마스는 결국 테라사와의 진지한 사랑을 택한 것이고
사바나는 프란츠와의 무거운 사랑을 외면하고 도망간 것이다.
토마스와 사바나 중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했을까?
안나 카레리나 역시 2커플의 4각 구조다.
젊고 예쁘지만.. 유부녀인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와
그녀를 유혹하는 젊고 야심만만한 브론스키
브론스키를 짝사랑하는 키티와
그런 키티에게 청혼했다 거절 당한 레빈까지.
결국 안나와 브론스키는 뜨겁게 사랑, 불륜에 빠지고
안나는 브론스키의 아이까지 낳게 되면서
가족들은 물론, 사교계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반면 브론스키가 안나와 사랑에 빠져 낙심한 키티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시 레빈과 결혼하게 되는데
레빈의 영지인 시골로 내려가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시작한다.
여기서 레빈은 저자인 톨스토이의 분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레빈과 톨스토이 모두 귀족출신으로 엄청난 땅을 가진 지주였는데
레빈처럼 톨스토이 역시 시골에서 아무 근심 걱정없이
농부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 때 너무 행복했었다고 한다.
파국을 치닫은 안나와 브론스키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톨스토이가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행복한 삶이
바로 레빈과 키티처럼 자연에서 적당한 노동을 하며
욕심없이 소박하게 사는 것 아니었을까?
여기에 대한 오마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토마스와 테레사가 도시에서 의사로써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가 정비사의 삶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두 소설은 사실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지만
나는 시골로 내려가 소박한 삶을 택한
레빈과 키티, 토마스와 테레사의 선택이 인상깊었다.
사실 나도 요즘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같다.
20~30대 대부분을 나는 강남에서 일했다.
회사 다닐 때는 성공해서 임원까지 승진하고 싶었고
내 사업을 할 때는, 테헤란로에 내 이름 석자를 떨쳐보이겠다는
엄청난 야심으로 가득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풍파를 많이 겪고 보니
그런 부와 성공,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부와 성공이라는 그 문은 너무 좁아서 거기까지 가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 노력, 생명력의 희생이 필요하다.
항상 나는 서울에서 일하고 서울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먼 미래에는 수도권 외각이나
아예 지방, 시골로 내려가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너무 크게 욕심 안 부리고, 적당히 노동하면서
그렇게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고싶다.
ㅎㅎ 그렇다고 레빈처럼 농사를 짓기는 힘들고
토마스처럼 정비공을 할 수도 없으니
시골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생각해봐야겠지.
레빈과 토마스가 살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기 때문에 ㅎㅎ
시골에서의 삶이 훨씬 더 풍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소오강호' 인데 ㅎㅎ
여기서' 소오' 는 비웃는다, '강호' 는 속세의 세상살이로 풀이하면 된다.
즉 부와 성공에 집착하는 속세의 사람들을 비웃으며
자유롭게 소박하게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ㅎㅎ
물론 이런 삶에 혼자라면 외로워서 힘들 수도 있다.
레빈에게 키티가, 토마스에게 테레사가 있었던 것처럼
소오강호의 영호충에게 영영이 있었던 것처럼 ㅎㅎ
서로 의지하며 소박한 삶을 함께할 인생의 동반자는 필요하다.
<3줄요약>
1. 세상의 아름다움을 잘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예민한 촉수와
2. 지금 여기에서 기쁨과 쾌락, 즐거움에 충실할 수 있는 지중해철학
3. 도시, 부와 성공에서 벗어나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물론 이 책에서는 다른 수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3가지만 정리해본 것이다.
부와 성공이라는 자본주의적 굴레에서 벗어나
좀 더 풍성한 삶을 살고 싶은 분이라면 천천히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글, 혹은 이 책이 당신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가 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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