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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친구의 30년 아파트 대출, 집과 직장의 노예
    생각 2020. 2. 2. 18:38

    얼마 전 여자친구와 부동산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최근의 30대들.. 특히 여성들의 부동산에 대한

    생각과 입장, 막연한 두려움 등이 참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거의 7~8년간 부모님 명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게 아니라

    부모님의 두 번째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이 2주택자 세금 문제로

    올해까지는 집을 처분해야 한다.

    여기서 그녀의 고민이 시작된다.

    1. 지금 살고있는 아버지 집을 자기가 산다

    2.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문제는 그녀가 모아 놓은 돈이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고 연봉도 제법 높은 그녀지만

    욜로 라이프로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며

    돈을 펑펑 썼던터라 모아 놓은 돈이 없었다 ㅠㅠ

    3년 넘은 중형차 한 대가 재산의 전부다.

    나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자

    모아 놓은 돈이 없는데 어떻게 집을 사냐고 되물었다.

    대출도 서울은 집 값의 50%도 받기 힘들지 않은가?

    집을 사기는 커녕 부모님이 집 판 돈으로

    전세금 지원해주지 않으면

    당장 월세방도 구하기 힘든 처지 아닌가 ㅠㅠ

    여자친구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한다.

    다 자기가 돈을 못 모은 탓이지만 ㅠㅠ

    밤에 잠도 안 오고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20평대의 아파트에서 혼자 7~8년 살았으니

    원룸이나 빌라에서의 생활은 경험 해보지 못했다.

    빌라는 너무 무섭다고 한다. 위험해서?

    주변 지인들에게도 여러므로 알아본 모양이다.

    나에게 이런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자기가 아버지 아파트를 대출 최대로 받아서 사고

    그 집에 내가 전세로 들어오라는 것.

    즉 여자친구는 집 담보 대출을 받고

    나는 그 집의 전세 대출을 받아서

    거의 공짜로(?) 그 집에서 같이 살자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편으로는 신박하기도 했지만

    굳이 내가 그렇게까지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똑같은 사례가 뉴스에서 나오는 걸 보니

    실제로 이렇게 하고 있는 커플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진짜 잔머리들이 대단하다.

    당장 돈 한 푼 없이도 수 억원짜리 집을 살 수 있으니..

    여자친구는 몇 달간 고민한 끝에 결국

    아버지 집을 사는 쪽으로 결정했다.

    그 집은 서울의 외각에 있는 20년된 아파트인데

    시가는 4억 중후반대이다.

    대략 4억5천에 양도 받는다고 계산하면

    일단 보금자리론으로 70% 대출이 가능 하다고 한다.

    나머지 30%는 아버지에게 지원 받는다고;;

    4억5천의 70%면 3억1천만원

    보금자리론 30년 금리 2.65% 계산시

    매 월 원리금은 125만원이다.

    30년간 매월 125만원을 꼬박 꼬박 내야한다.

    그녀의 욜로 라이프도 이제는 안녕이다. ㅠㅠ

    나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그녀의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다.

    자기가 지금 사는 집과 비슷한 수준의

    다른 집 월세를 구한다면

    월세를 최소 80~100만원은 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집을 샀을 때 125만원의 원리금은

    월세처럼 허무하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나중에 자기 재산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지원금 집 값의 30%는

    감안하지 않는 엉터리 계산 이지만 ㅎㅎ

    그래도 아예 말이 안되는 건 아니다.

    금리가 너무 싸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돈 한 푼 없어도 30년 대출로 집을 사면

    월세 사는 것보다 이득이다?

    게다가 꼭 30년 대출을 다 갚을 필요도 없단다.

    주변에 물어보니 나중에 집 값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 차익 챙기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가면 된단다.

    다 그렇게 집 있는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도 7~8년 전 그 집을 샀을 때는

    가격이 2억원 대였다. 7~8년만에 두 배가 되었으니.

    집 값은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오를꺼라는 것이다.

    여기까지 들으니

    더 이상 별로 할말이 없어졌다. ㅎㅎ

    그녀의 말이 다 맞다. 지금까지는..

    최근에 집을 가장 많이 사는 세대가

    30대 라는 뉴스를 봤는데

    아마 대부분의 집을 산 30대들이

    여자친구와 비슷한 케이스일 것이다.

    대부분은 부모님으로 부터의 도움과

    그리고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의 힘이 크다.

    한번 주택 금융 통계 시스템 자료를 살펴 보았다.

    2013년~2019년 연령대별 대출금액

    특이한 건 대출이 가장 많았던 세대는 놀랍게도 25~29세였다. (빨강색)

    그 다음이 30대 초반(노랑색), 30대 후반(하늘색) 순이었다.

    오히려 가장 활발하게 주택을 구매 한다는 40대는

    20대 후반과 30대 보다도 훨씬 대출 금액이 적었다.

    즉, 20~30대 내 집 마련 = 부모님 도움 + 대출

    여기서 부모님 도움과 대출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미래의 소득을 미리 땡겨 온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 인데

    부모 세대가 은퇴를 하거나 혹은 다주택자 세금 때문에

    집을 처분해야 할 때 그 집을 자녀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자녀가 집을 살 능력이 안되니

    부모가 집 값이 올라 번 돈으로 자녀를 도와준다.

    어찌보면 이건 미래에 자연스럽게 자녀가 부모에게 물려 받을

    재산을 증여로 미리 땡겨 받는 것이다.

    그리고 미리 땡겨쓴 이 미래의 재산은

    부모의 집을 양도 받는 순간

    이미 현재의 집 값에 다 반영된다.

    만약 집 값이 계속해서 오르려면

    20~30대가 증여와 대출로 부모 세대로 받은 이 물량을

    지금의 20~30대보다 더 아랫세대가 (지금 10대??)

    더 비싼 가격으로 사줘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조금 의문이 생긴다.

    지금의 20~30대도 50~60대 부모 세대보다 인구 수가 적다.

    하물며 지금 10대는 인구 수가 훨씬 더 적다.

    인구 숫자는 밑으로 갈수록 엄청나게 줄어 든다.

    지금의 50~60대는 한 해에 거의 100만명도 태어났지만

    작년 신생아는 아마 30만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거의 3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이들 후세대의 미래 소득이 엄청나게 늘어 난다면

    집 값의 지속적인 상승도 가능 하겠지만

    계속된 고령화와 저성장 속에서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

    미래 세대의 소득이 늘어나기는 커녕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노인들로 인한

    국민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재정악화로

    얼마 안되는 소득 마저도 세금으로 다 털릴 수 있다. ㅠㅠ

    부모의 도움 뿐 아니라 대출 측면에서도 보면

    여자친구는 집 값의 70% 30년 대출을 땡겼다.

    30년간 125만원을 계속 매 월 갚아야 한다.

    만약 집을 사지 않았다면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먹을 수 있는

    30년간 매 월 125만원의 돈(총 4억5천만원)은

    오로지 집 대출금을 갚는 데에만 들어간다.

    미래 30년의 소득을 미리 땡겨 썼다는 뜻이다.

    이처럼 20~30대의 집 구매가 대폭 늘었다는 것은

    20~30대의 미래 수 십년간의 소득까지 다 땡겨와서

    지금 부동산 가격에 반영 시켰다는 의미다.

    즉 부모로부터의 도움이든, 무리한 대출이든

    지난 몇 년간 젊은 청년들이 자신들의

    수 십년간의 미래 소득과 물려 받을 재산까지 미리 땡겨와서

    지금의 집 값 상승에 기여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영원히 계속될 수 있을까?

    지금의 10대나 20대 초반 아이들이 직장생활을 하자마자

    30~40년 미래 소득을 다 땡겨와서 대출로 받쳐 준다면

    행여나 가능하지도 모르겠지만..

    미래 세대에게 그런 가혹한 짓을 시켜야 하나?

    모르겠다.

    여자친구는 per나 pbr, roe 는 물론

    월세 시세로 연 수익율을 계산하는 개념조차 모른다.

    경제나 금융지식이 전혀 없다.

    하지만 서울의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욕망..

    무조건 집 값은 오를꺼라는 확신..

    난생 처음 전, 월세 살이를 해야 한다는 공포감

    지금 집을 사지 못하면 평생 집을 살 기회가 없을것 같은 조바심

    주변에 집을 사서 돈을 많이 번 지인들과의 상대적 박탈감 등

    이러한 여러가지 요소가 욜로 라이프로 인생을 즐겨왔던

    그녀에게 집 값의 70%, 30년 대출의 선택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건 여자친구가 유난히 특별한게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일반적인 30대 여성들의 생각일 수 있다.

    만약 대부분의 30대 여성들이

    이런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다면..

    경제적 금융적 무지와 아파트에 대한 욕망,

    집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확신과 공포, 조바심,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서울의 집 값은 당분간도 계속

    이렇게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게 자본주의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20년 30년 대출을 받아야

    대출을 갚기 위해서 열심히 야근해서 일하고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맛있는 것도 먹고 명품도 지르고 하면서

    그렇게 이 자본주의가 삐걱삐걱 굴러가는 것이다.

    나중에 집 값이 오르면 집을 팔고

    더 비싼 집으로 이사가고 더 많은 대출을 받는다.

    그 집 값이 또 오르면 팔고 더 많은 대출을 받고

    이 대출을 갚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이 루틴은 무한 반복되고

    이 자본주의 세계는 그렇게 굴러간다.

    다행히 집 값이 올라 Exit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집 값이 정체 되거나 오르지 않는다면..

    30년간 그냥 집의 노예로 살아야한다.

    설령 집 값이 올라도 Exit 하는 인간은 거의 없다.

    주거의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올라갈 수는 있어도

    더 나쁜 곳으로 내려오기는 힘들다.

    나는 그런 노예로 살고 싶지 않다. ㅠㅠ

    왜 소중한 나의 인생을 그렇게 직장과 집의 노예로 살아야 하나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은퇴해서

    이 소중한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서 쓰고싶다..

    뭐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어쩌면 여자친구의 선택이 더 나을수도 있다.

    자신이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가?

    결국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너 자신을 알라' 가 가장 중요하다.

    나처럼 경제적 자유나 주식의 성장, 배당보다

    안정된 주거와 직장에 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그게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여행을 너무 좋아하고

    일 보다는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이라..

    30년 대출을 생각하니 본인도 좀 암울한 눈치다.

    우리는 4~5년 뒤에 회사를 그만 두고

    같이 세계 일주를 떠나자는 이야기도 했는데

    ㅠㅠ 이제 그녀는 같이 갈 수 없게 되었다.

    열심히 일 해서 집 대출금 갚아야 하니까..

    ㅠㅠㅠㅠㅠ

    2013년~2019년 연령대별 대출금액

    이 대출 그래프의 마지막 우측을 보면..

    2019년 초부터 대출이 엄청나게 줄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부동산 저평가 시기였던

    2013년, 2014년 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집 값은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았다기 보다는 거래 자체가 별로 없다.

    과연 대출이 2016~2017년 처럼

    다시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을까?

    만약 또 다시 그렇게 젊은 세대에게 대출이 늘어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대출인가?

    집 값이 오를지 안 오를지는 아무도 모르고

    모든건 본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인간인가?

    어떤 것에 더 행복을 느끼는 인간인지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깊이 생각 해 볼만한 문제다.

    안정된 주거와 직장, 사회적 위치가 소중한가?

    소중한 내 인생과 시간, 자유가 더 소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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