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투자 2019. 7. 29. 11:42

    군대를 막 제대했을 무렵, 나는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잠시 알바를 하게 되었다.

    너무 바쁘고 일손이 딸렸던 어느 날, 나는 원래는 알바생이 들어갈 수 없었던

    VIP 룸에 들어가 서빙을 하게 되었다.

     

    그 날 VIP 룸에는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한 분이 상석에 앉고

    나머지 열 댓명의 아랫 사람들이 쭉 둘러앉아 연장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는데

    이야기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내가 처음에 단 돈 천 만원 모으려고 진짜 말도 못하게 고생했어.

    밥 사먹을 돈도 아끼느라 끼니를 굶기 일쑤였고

    비 세고 냄새나는 반지하 사글세 방에서 살면서

    아끼고 또 아껴서 진짜 피똥 싸게 힘들게 간신히 천 만원을 모을수 있었거든.

     

    그런데 이상한 건 일단 천 만원을 모으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돈 모으기가 조금 더 수월해졌다는 거야

    천 만원을 모으고 나니까 1억을 모으기까지는

    처음 천 만원을 모았을 때보다 훨씬 시간이 빨리 걸렸어.

     

    그리고 1억을 모으고 나니까 10억을 모으는 건 더 빨라졌고

    10억을 모으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별달리 한것도 없는것 같은데

    그냥 저절로 100억이 모아져 있더라.]

     

    ??? 100억???!!!

    시급 4천원의 알바생이었던 나에게는 너무 쇼킹한 이야기였다.

    그때 나는 독립할 월세 보증금 100만원 모으는게 유일한 목표였는데

    100억이라니..??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그야말로 넘사벽이었다.

     

    그 분은 이어 어떻게 해서 천 만원으로 100억이 넘는 돈으로 불려 왔는지

    계속 이야기 하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테이블 세팅이 다 끝나서 VIP 룸을 나와야 했다.

    그리고 알바생인 나는 그 후로 다시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ㅠㅠ

     

    그 때는 좀 웃기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정작 어떻게 돈을 불렸는지 듣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실 그 날 그 100억대의 자산가에게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말은 다 들은 셈이었다.

     

    그 날 그 자산가가 후배들에게 한 이야기의 핵심은

    어떻게 천 만원으로 100억이 넘는 자산을 불렸는 지가 아니고

    처음에 그 투자 종자돈 천만원 모으기가 힘들지

    일단 종자돈만 모으면 그 이후로는 자산을 불리기가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흔히 '눈 덩이 커지듯 계속 불어난다' 라는 표현이 있는데

    돈이 바로 눈 덩이 커지듯 계속 불어나는 특성이 있다.

    이게 바로 워렌 버핏이 이야기 한 스노우볼..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속성인 것이다.

     

    그런데 눈 사람 만들때를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작은 눈뭉치를 굴리기는 힘들다.

    어느정도 크기의 눈덩이를 뭉쳐서 만든 다음에야

    그걸 굴려서 커다란 스노우볼을 만들 수 있다.

     

    투자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처음의 그 눈덩이처럼 굴릴 수 있을 정도의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지식과 촉이 아무리 뛰어나도

    거시경제나 주식, 부동산을 아무리 해박하게 알고 있어도

    투자할 종자돈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100억대의 자산가가 처음 종자돈 천 만원 모으기가

    그렇게 힘들었노라 고백 했던 것 처럼

    처음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어려운 일 이기도 하다.

     

    금수저라 부모님이 종자돈 하라고 떡 하니 주지 않는 한

    한정된 소득을 가지고 종자돈을 모으는 방법은

    오직 덜 쓰는 것.. 극도의 절약 뿐이다. ㅠㅠ

    수년전부터 미국에서 뜨고있는 파이어족이 이런 것이다.

    극도의 절약으로 아끼고 아껴서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에 은퇴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 ^^

     

    나 또한 25살에 첫 취업 했을때 부터

    얼마 되지않는 월급의 70% 이상을 그렇게 저축했었다.

    옷도 사지 않고, 점심도 집에서 먹으며, 정말 악착같이 아끼고 아꼈다.

    심지어 같이 있자고 하는 여친도 MT비가 아까워 그냥 집으로 보내기도 하고 ㅠㅠ

     

    반대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사토리세대니 욜로족이니 탕진잼이니

    이런것들이 20대, 3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가는데

    스노우볼처럼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속성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 이기도 하다.

     

    그 때의 그 100억대 부자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거의 15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더 큰 부자가 되어 있지 않을까? ㅎㅎ

     

    반대로 그 때 같이 일 했던 레스토랑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100억 대의 부자가 왔덨 날.. 업무가 끝난 뒤 내가 직원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부자가 어떻게 100억을 모은건지 들었냐고?

    (알바인 나와는 달리 정직원들은 그 VIP 룸에 계속 들어 갔으니까)

     

    그러자 다들 100억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 보았다.

    아아.. 그 날 100억대의 부자가 하는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던건 나 뿐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ㅠㅠ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 꾸지만

    정작 이 자본주의 세계와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돈 이야기를 하면 돈만 밝히는 속물로 취급당하기 일쑤다.

    어릴적부터 너무 투자와 금융에 무지했던 우리 교육 시스템 탓도 크겠다.

     

    어찌보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할 종자돈을 모으는 것'

    이전에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ㅎㅎ

    이 블로그의 글 들이 거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