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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램덩크,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것
    생각 2023. 3. 6. 15:59

    더퍼스트 슬램덩크 영화로 인해서

    최근 슬램덩크 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ㅎㅎ

    보고 울었다는 지인이 있어서 ㅎㅎ

    나도 홀로 가서 조조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눈물까지 나올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게 올라오는게 느껴졌다.

    영화를 보니 원작 만화가 다시 보고 싶어져서

    만화책 원작을 구해 새벽까지 거의 밤새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역시 원작이 더 좋았다 ㅎㅎ

    영화는 물론 멋지긴 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슬램덩크 특유의 개그와 유머가 잘 표현되지 않았다고 할까?

    지금의 30~40대가 딱 슬램덩크 세대라고 한다.

    나 또한 슬램덩크와 농구 열풍의 한 가운데 있었다.

    슬램덩크 만화책은 물론이고 ㅎㅎ

    마침 TV에서도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방영했었다.

    야자시간에 교대로 선생님 오는지 망보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당시 야자 감독 선생님도 슬램덩크를 보지 않았을까?

    그 때는 선생님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분들이 많았으니 ㅎㅎ

    고등학교 때 나는 그야말로 농구에 미쳐있었다.

    공부보다 ㅎㅎ 농구를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체육시간, 점심시간, 저녁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학교나 공설운동장에 모여 친구들과 하루종일 농구를 했다.

    심지어 방학 보충수업 때는 수업도 빼먹고 농구를 했는데

    아예 학교 가자마자 운동장으로 달려가 농구를 하다가

    그대로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하교한 적도 많았다. ㅎㅎ

    야자시간에도 어둠을 틈타 몰래 농구하다 걸려서

    교무실에서 농구공 들고 벌 서기도 하고 ㅎㅎ 진짜 중증이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도 정말 미친듯이 농구를 했지만

    군대에 다녀온 후에..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먹고 살기 팍팍해지면서.. 점차 농구와 멀어졌던 것 같다.

    농구는 하고 싶었지만.. 할 시간도, 할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슬램덩크를 보고 조금 필이 받아서

    동네 친구와 건대에서 진짜 오랫만에 농구를 했는데

    우연히 건대 중국 유학생들과 같이 2대2 시합을 하게 되었다.

    거의 10년? 너무 오랫만에 시합을 하기도 했고

    대학생들을 따라가려니까 ㅎㅎ 진짜 쉽지가 않았다.

    마지막엔 진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설레여서가 아니고 그냥 힘들어서.. ㅠㅠ

    '너네들은 안 늙었구나..'

    라는 영화의 댓글이 이렇게 와 닿을 줄이야..

    슬램덩크의 주인공들은 아직도 고등학생 그대로인데

    ㅠㅠ 우리 세대는 벌써 마흔이 넘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다.

    한 때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3년 내내, 인생의 가장 꽃 같던 그 시절에

    주구장창 땡볕아래 농구만 했던 것이

    어찌보면 내 청춘의 낭비가 아니었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좋은 대학에 갔거나

    책을 더 읽었다면,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었거나(?)

    여자를 만났으면 ㅎㅎ 연애 스킬과 추억이라도 쌓였겠지..

    농구는.. 사실 내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경제적으로, 실질적으로 아무런 이득은 없었으나

    농구를 하던 그 당시에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으니 된 것일까?

    옛날에 슬램덩크를 봤을 때는 깨닫지 못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 강백호의 원래 친구들이

    갑자기 농구에 푹 빠져 지내는 강백호를 보고

    그렇게 농구가 재미있을까? 의아해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리 삶은 별 재미가 없고 심심하고 따분한데

    그렇게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해서 빠져들고

    내 인생과 청춘을 온전히 불태울 수 있다는게 부러운 눈치였다.

    사실 강백호 친구들의 이 시선은 40대가 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고등학생때 슬램덩크를 봤을 때는 느끼지 못했다.

    그 때는 워낙 세상에 재미있는것도 많고, 할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뭘하든 열정이 가득했기 때문에 ㅎㅎ

    강백호를 부러워 하는 친구들의 모습 따위는 눈에 들오지 않았는데..

    아.. 나도 마흔이 넘고.. 인생의 여러 풍파를 겪은 후

    다시 슬램덩크를 보니 이번에는 강백호가 아닌

    강백호를 부러워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ㅎㅎ

    나이가 들수록 느껴지는건데..

    점차 과거에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해도..

    예전만큼 설레이거나 열정이 마구 불타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해도 마찬가지다. 슬프지만 예전같지는 않다.

    나이가 들면 단순히 체력만 떨어지는게 아니다.

    의욕, 열정, 설레임 등도 같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일까?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돌이켜보면 지난날 나는 농구에만 빠졌던게 아니다.

    농구, 당구, 바이크, 스타크래프트, 락밴드, 검도, 권투까지 ㅎㅎ

    (공부만 빼고) 온갖거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고 열정을 불태웠다.

    모든 것이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가슴이 설레였다.

    처음으로 시합중 레이엽슛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

    밴드부 동기들과 처음으로 당구장에 가 큐대를 잡을 때의 설레임

    부모님 몰래 산 ^^; 내 첫 바이크에 시동을 걸었을 때의 스릴과 행복감

    검도와 권투에 청춘의 에너지를 쏟아붇던 나날들 ㅎㅎ

    그렇게도 사랑했던 것들을 이제는 잘 즐기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는..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사실 다시 하고 싶은 의지도 별로 없다. ㅠㅠ

    그 무한한 체력과 의지와 열정은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심지어 내가 그토록 좋아하던..

    여행에 대한 열정과 의욕도 조금씩 약해지는 것 같다.

    이번 겨울에 터키로 2~3주 배낭여행을 가볼까도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다.

    결혼을 앞두고 혼자만 여행을 떠난다는게 눈치도 보이고

    지금 백수 처지에 해외여행이 경제적으로도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겨울의 터키는 별로다, 큰 지진이 났다,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럽다,

    지금 나이에 홀로 여행은 힘들다.. 등등

    자꾸 여행을 가지 않을 이유를 대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아.. 이젠 내가 여행에 대한 열정도 예전같지 않구나..

    라는 걸 깨닫고 문득 슬퍼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 늙는게 아니라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진짜 늙는거라고도 하고

    그래서 자꾸 새로운 시도를 하고

    리마인드 하면서 열정을 불러 일으키라는 말도 있는데

    물론 당연히 나도 여기에 동의하지만

    어느정도는 이런 나이듬과 설레임, 열정이 약해지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슬램덩크의 주인공들과 우리는 다르다.

    그들은 영원히 늙지 않고, 불타는 열정도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는 결국 나이들고, 변할 수 밖에 없다. ㅠㅠ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면.. 더 우울할 뿐이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같은 설레임, 열정, 의지가

    없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면에 나이듬의 장점도 있다.

    왠만한 일에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ㅎㅎ

    꼭 불같이 타오르는 열정이나 설레임이 아니라도

    조용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열정의 종류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 농구할 때, 그 활화산같이 타오르는 미친 열정에서

    불길은 좀 약하지만, 은은하고 더 오래 타오를 수 있는 열정으로 바뀌는 것 같다.

    조용하고 고요한 중년의 열정이라고 할까 ㅎㅎ

    아마 이제는 더이상 예전처럼 미친듯이 농구를 즐길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좋아했던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끊임없이 다른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관심을 가지고, 생계 이외의 취미생활과 배움의 기회를 가져야한다.

    독서, 영화, 글쓰기, 산책하기, 동네 길냥이 쓰담쓰담하기

    뉴스보며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 마시기, 주식스터디와 독서토론모임

    영어회화 공부, 악기나 댄스, 운동 배우기, 요리, 명상

    가끔씩 미술관, 전시회, 공연 즐기기 등

    슬램덩크 주인공들처럼 불타오르는 청춘의 미친 열정보다는

    이렇듯 은은하고 고요하고 다양한 열정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물론.. 아직도 10대 시절, 활화산 같이 불타오르는 열정을 가진 분들이라면

    ㅎㅎ 그저 부러울 다름이다. ^^

    이제는 은은하고 조용하고 고요한 열정이지만

    그래도 슬램덩크를 다시 보는 순간에는

    예전 그 활화산 같은 열정과 청춘, 추억들이 생각나 참 행복했다.

    가슴 한쪽을 다시 뜨럽게 만든 것 만으로도

    불타올랐던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하는 것 만으로도

    더퍼스트 슬램덩크는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아마 영화를 보면 ㅎㅎ 다시 원작을 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인 슬램덩크 명장면 BEST 3>

    점수차가 너무 벌어져 시합을 포기하려던 정대만에게 안감독이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려선 안돼.

    단념하면 바로 그때 시합은 끝나는거야"

    자신의 등부상을 염려해 출전을 막는 안감독에게 강백호

    "영감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ㅠㅠㅠ

    어찌보면 슬램덩크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처음 강백호는 채소연에게 농구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이는 채소연을 꼬시기 위한 ㅎㅎ 단순한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점차 농구에 빠지고 열정을 불태우면서 ㅎㅎ

    진짜로 농구가 좋아졌기에 나온 대사였다.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이렇게 정말 좋아한다고 진심으로 고백할 수 있는

    사람이나 일이 얼마나 되는가?

    그게 많은 사람은 정말 행복한 인간이다. ㅎㅎ

    힘들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ㅎㅎ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다시 한번 농구를 하러 가야겠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농구를 좋아하고

    조용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

    여담으로 ㅎㅎ 강백호가 좋아하는 채소연, 여주인공은

    처음엔 귀엽고 예쁘게 나오지만 점차 얼굴이 좀 변한다. ㅎㅎ

    이게 사랑의 콩깎지가 벗겨지는 과정을 일부러 표현하거라는 루머가 있는데

    ㅎㅎ 진짜인진 모르겠으나 묘하게 설득력 있기도 하다. ㅎㅎ

    참고로 슬램덩크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도시는

    쇼난, 가마쿠라라고도 하는데 ㅎㅎ

    도쿄에서 지하철로 1시간 거리의 실제도시다.

    ㅎㅎ 이렇듯 만화속의 배경이 실제로 있는 장소다.

    능남고교의 실제 모델이 된 고등학교 이름의 역이 있다.

    원작의 마지막 서태웅이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강백호를 약올리는

    그 해변도 실제의 배경이다.

    에노덴이라는 작은 열차가 골목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심지어 태평양 해안가를 달리기도 하는데 ㅎㅎ

    정말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다.

    모든걸 떠나서 슬램덩크의 실제 배경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조건 가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ㅎㅎ

    그 옛날 농구와 함께 나를 너무나 설레게했던 건 바이크! 인데

    슬램덩크를 읽고 농구에 미쳤었던 것처럼 ㅎㅎ

    상남이인조라는 만화책을 읽고 바이크에 미치게 되었다.

    이 상남이인조 만화의 배경이 되는 곳도 가마쿠라다.

    ㅎㅎ 고등학교 때 나를 너무나 설레게했던 두 가지, 농구와 바이크.

    그 계기가 된 만화책의 실제 배경이 같다는 것!

    혹시나 슬램덩크나 상남이인조, 혹은 둘 다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마쿠라는 꼭 가보시길 추천 드린다.

    ㅎㅎ 여행에 대한 열정이 조금 식었다고 하지만

    가마쿠라를 여행했을 때를 생각해보니 ㅎㅎ

    다시 여행에 대한 의지가 조금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래 인생의 열정이니 행복이니 특별한거 있나?

    먹고 싶은거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하고 싶은거 하면서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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