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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영화 2020. 7. 3. 06:03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해
이 영화는 이 대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사실 워낙 유명한 대사라 영화를 보기 전에도 이미 이 대사를 알고 있었다.
아.. 하지만 나는 단지 이 대사의 text 만을 알고 있었을뿐..
이 대사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주인공 유달은 정말 괴팍하기 그지 없는 인간이다.
꼭 크리스마크 캐롤에 나오는 스크루지 영감같다.
커다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성공한 로맨스 소설의 작가지만
엄청나게 이기적이고 병적인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
길가의 금도 밟지 않으려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뒤뚱뒤뚱 추하게 걷는다.
현관문도 대여섯번이나 잠금을 확인하며
한번 쓴 비누와 장갑은 바로 버린다. ㅠㅠ
심지어 옆 집 이웃 사이먼의 강아지가 복도에서 짓자
그냥 쓰레기 투입구에 버리기까지 한다. ㅠㅠ
동물 덕후로써 진짜 용서가 안 되는 인간 ㅠㅠ
식당에서도 일회용 개인 포크와 수저를 사용하며
자신이 정한 자리에만 앉아야 한다.
그 자리에서 식사중인 커플을 내쫒는 장면에선
진짜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지? 보는 나까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
레스토랑 사람들도 다 이 괴팍하고 까탈쓰러운 유달을 싫어하지만
유독 캐롤만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를 대한다.
유일하게 그의 주문을 받아 주는 것도 캐롤.
여기서 캐럴은 진짜 뭔가 통통 튀는 에너지가 넘치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캐릭터다
이 표정 좀 보시라 ㅎㅎ
하지만 마냥 밝아 보이는 그녀도 나름 고충이 있다.
남편도 없이 홀로 천식으로 아픈 아이를 키워야하고
홀어머니까지 부양하고 있다.
캐롤도 외로움을 느끼고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남자와 연애도 하고 싶지만
주어진 상황이 쉽지가 않다.
아픈 아들도 제대로 치료받게 해주고 싶지만
웨이트레스의 의료보장으로는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 의료보험이 진짜 문제가 많다)
그래서 보통 때라면 다 받아주던 유달의 독설 중
나나 당신, 너의 아들까지 언젠간 다 죽는다는 말에 폭팔하고 만다.
유달에게 당장 사과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유달은 깜짝 놀라며 사과하고
나중에 캐롤에게 혹시 아들이 어디 아프냐며 묻고
아들의 이름을 기억하겠다고 한다.
처음으로 유달의 인간적인 모습이 나온 부분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유달도 원래는 따듯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표현의 방법을 모르고 병적인 강박증 때문에
모두가 싫어하는 괴팍하고 외로운 중년의 남자가 되어버린걸까?
유달의 이웃 집에는 게이 화가 사이먼이 산다.
사이먼은 게이지만 그래도 애인이 있고 사랑을 하고 있다.
또 화가로 제법 성공했는지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강도에게 폭행을 당해 얼굴이 엉망이 되고
전시회도 잘 안되서 경제적으로 파산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이먼이 입원하는 동안 사이먼의 강아지를 유달이 맡게 되면서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다.
봇물 터진다는 표현이 있는데 ㅎㅎ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따뜻한 배려와 사랑의 기쁨을 느끼게 된 유달은
이후로 캐롤의 아픈 아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파산하여 길바닥에 나앉게 된 사인먼에게도 거처를 마련 해주고
그가 돈을 구하러 부모님 집까지 가는데 같이 가주기까지 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사이먼 부모님의 집으로 가는 여행길에서
유달과 캐롤 단 둘이 첫 데이트를 하게 된
이 레스토랑에서의 씬이다.
유달은 데이트까지 와서도 레스토랑에서 주는 양복이 더럽다며
양복 매장에 가서 새 양복을 사오고 ㅎㅎ
(하지만 드리프트까지 하는 걸 보면 마음은 꽤나 급했나 보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자는 그녀의 제안도 거절한다.
이런 바보 ㅠㅠ 인생에서 이런 행복의 기회는 몇 안될 터인데..
게다가 캐롤의 드레스가 촌스럽다는 막말까지 하고 만다.
혼자 보면서 "아.. 안돼~~ 안돼~~~" 라며 절규했다.
그러자 캐롤은 내 가슴에 상처를 줬다며 가려고 하고
유달이 그녀를 잡자, 그럼 자기에게 칭찬 하나 해보라고 한다.
칭찬이라니.. 평생 칭찬 같은 거 한번도 안 해봤을 인간에게..
엄청나게 고민하던 유달은 이내 말을 꺼낸다.
이 때 캐롤이 찬물 뿌린까 봐 겁난다고 하는데
오 진짜 보는 나까지 겁이났다. ㅎㅎ
이 인간 또 이상한 소리 해댈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러자 유달은 비관적인 건 당신답지 않다고 하는데
ㅋㅋㅋㅋㅋ 이 인간 진짜 웃긴다
유달은 정신병이 있다고 캐롤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지독한 강박증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의사는 약을 권했지만 자기는 약이 질색이라 먹지 않았단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절대로 당신과 섹스하지 않겠다고 말한 이후로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 캐롤은 (그리고 나도) 약 먹은 게 무슨 칭찬이냐고 의아해하자
망설이던 유달이 진심어린 표정으로 말한다.
[당신은 날 더 좋은 사람이 되고싶게 해요]
와~ 이때의 감동어린 캐롤의 표정.
나까지 감동받아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ㅠㅠ
아.. 나이 들수록 너무 감성적이 된다. ㅠㅠ
평생 들은 것 중에 가장 멋진 칭찬이라며
감동한 캐롤이 유달 가까이로 다가온다.
[식당에 당신이 처음 왔을 때 참 미남이다 싶었죠
당신이 입을 열기 전까지는..
당신의 약점들이 이젠 장점으로 보여요]
하지만 이렇게나 완벽한 상황에서
놀라울 정도의 입담으로 결국 유달은 캐롤에게 차인다 ㅠㅠ
아아.. 데이트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잘 되나 싶더니.. 결국.. ㅠㅠ
그는 돌아서버린 그녀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너무 오래된 영화고 사실 결말 예측도 쉽게 가능하지만
이상하게 배우들의 연기에 빠져들고
유달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가슴도 같이 따뜻해지는 그런 기분좋은 영화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감독제임스 L. 브룩스출연잭 니콜슨, 헬렌 헌트, 그렉 키니어개봉1998. 03. 14.
그래서인지 힐링하고 싶을 때 보는
인생 영화로 꼽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 나에게는 너무 웃긴 영화이기도 했다. ㅎㅎ
혼자 낄낄대며 엄청 웃으면서 보았다. ㅎㅎ
강도에게 폭행 당했다 퇴원한 사이먼은
가뜩이나 삶의 의욕이 없는데
사랑하는 강아지마저 자기보다 유달만 따르니 더 우울해한다.
유달은 강아지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베이컨을 챙겨줬기 때문이라고 위로해준다.
사이먼에게 베이컨을 주면서 너도 베이컨을 들고 강아지를 부르면
예전처럼 다시 따를거라고 한다.
베이컨으로 사랑스럽게 강아지를 부르는 사이먼.
하지만 강아지는 또 다시 유달에게로..
사이먼의 세상 넉 나간 표정과 대사.
[제발 나가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적 크리스마스 캐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차라리 가난하게 살지라도 스쿠루지 같은 불쌍한 부자는 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는데.. 이 영화를 보며 문득
아.. 혹시 나도 저런 스크루지 같은 인생을 사는거 아닐까?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더 더욱 느끼는건데
인생의 행복은 돈이나 권력, 명예, 성공에 있기 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부자고 성공한 사람이라도
터놓고 이야기 할 친구 하나 없으면 인생 말짱 도루묵이다
영화의 초반 유달은 부유하고 성공한 로맨스 소설 작가지만
그가 과연 행복해 보이는가?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사이먼과 우정을 쌓고 강아지를 돌봐주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여인 캐롤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같이 따듯한 빵을 먹으러 가는 그의 모습은
누가봐도 행복해 보인다. ㅎㅎ
우리 인생의 행복은 돈, 명예, 권력, 성공에 있지 않다.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 있다.
즉 우정과 사랑, 이것 뿐이다.
영화에서 캐롤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먼은 우정, 즉 친구에 해당된다.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허심탄회하게 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소설 '길가메시 서사시' 에서
주인공 길가메시는 영생의 기회를 어이없이 놓치고
결국 인간은 죽을텐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고뇌한다.
이 때 현인 우트나피쉬팀이 그에게 조언한다.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을 하고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라.
그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눠라"
'길가메시 서사시' 가 지어진 그 옛날 고대 사람들이나
수 천년이 지난 1998년의 이 영화에서 말하는 행복이
별 차이 없다는 것이 참 의미심장하다.
행복은 단지 '사랑하는 사람' '좋은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고,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것.
여기에 이렇게 귀여운 애완동물까지 있다면!
영화의 제목 그대로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
수 천년전 길가메시 서사시를 지은 고대인들이나
영화의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늘 그렇듯 내가 가장 중요하다.
요새 나의 삶을 어떠할까?
이보다 더 좋을순 없을 정도로 행복한 가?
.... 그건 아닌듯 싶다.
'이보다 더 좋을수 있다' 정도로 해두자.
아직 더 좋아질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보다는
뭔가 더 희망적이고 좋지 않은가?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
당신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해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이 있을까
어쩌면 다른걸 다 떠나서
내가 변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만으로도
유달은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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