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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 (Asako I & II, 2018) 이 미친 사랑영화 2020. 10. 8. 14:20
어느 영화감상 토론 모임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일요일 오후였는데 ㅎㅎ
일본영화 특유의 감성 때문인지?
창 밖의 낭만적인 빗소리와 맥주의 취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기분이 감성적이 되었다.
아사코와 바쿠는 전시회장에서 우연히 만나
이름을 묻고 그대로 키스를 하고는 연인이 된다.
하필 그때 폭죽이 터지지 않았다면 둘은 그냥 남이 되었을텐데
ㅎㅎ 이런게 바로 인연일까?
둘이 바이크를 타고 달리다 사고가 나는데
이렇게 길 위에 드러누운채로 웃더니 껴안고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와 진짜 청춘이다, 너무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 사랑의 추억도 문득 떠오르고 ㅎㅎ
바쿠는 크림 빵을 사러 간다고 하더니
목욕탕에 가서 친해진 아저씨와 밤 새 술을 마시지 않나
여튼 좀 즉흥적이고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다.
그래서 아사코의 친구는 그녀에게 얼굴만 잘 생겼지
너를 행복하게 해 줄 남자가 아니라며 반대하지만
늘 그렇듯 사랑에 빠지면 이 딴 말은 아무 소용 없다. ㅎㅎ
결국 바쿠는 신발을 사러 간다고 하고선 떠나서
몇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첫사랑의 아픔에 괴로워하며 살고있는 아사코의 앞에
과거 바쿠와 똑같은 외모의 료헤이가 나타난다.
물론 외모만 같을뿐 내면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즉흥적이고 제멋대로고 충동적인 바쿠에 비해
료헤이는 자상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챙기는
너무 따뜻하고 안정적인 사람이다.
그런 료헤이와 사랑에 빠지게 된 아사코는
그와 결혼하여 오사카에 살 집까지 구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첫사랑 바쿠가 성공한 모델, 연예인이 되어
그녀의 앞에 나타나게 되는데..
갑자기 영화가 감성적인 일본 멜로에서
호러, 스릴러로 장르가 돌변한 것 같아서
너무 놀라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ㅎㅎ
영화를 볼때는 아사코의 선택이 너무 멘붕이고 충격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했으나
영화가 끝난뒤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사코의 선택이 한편으로는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원래 우리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 즉 내 행복이다.
아사코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고민하다 바쿠를 선택했고
뒤늦게 잘못된 결정인걸 깨닫고 또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염치없지만 다시 료헤이에게 돌아간 것이다.
만약 아사코가 자신의 마음과 바쿠를 외면하고
처음부터 료헤이를 결정했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평생 남았을 수도 있다.
바쿠를 선택했고 일단 그 길을 가 보았기 때문에
자신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료헤이 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지도..
바닷가 근처의 방파제 앞에서
아사코가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는데
이 방파제가 로헤이가 5년간 쌓아올린 사랑과 신뢰를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절묘하다. ㅎㅎ
나 또한 30대 초반에
영화속 아사코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즉흥적이고 제멋대로고 충동적이고
도무지 예측이 안 되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람이지만
같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고, 가슴이 설레였다.
다른 한 사람은 심성이 착하고, 늘 남을 먼저 배려해주고
결혼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왠지 설레임과 재미는 조금 덜했다.
둘 사이에서 나는 주변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사코처럼.. 바쿠와 같은 사람을 선택했다.
본능과 직감, 순수한 내 감정과 행복에 충실했다.
그리고 나중에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ㅎㅎ
반대로 료헤이의 입장에 놓인적도 있었다.
다른 남자에게로 떠나는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까 두려웠다' 고 말하는
료헤에게 참 많은 공감과 연민이 느껴졌다.
영화속 가장 불쌍한 캐릭터도 사실 료헤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외면하고 ㅠㅠ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떠나는 연인을 지켜보는 그 고통이란..
그 와중에도 고양이를 잘 돌봐주고
결국 아사코에게 문을 열어준 것을 보면
정말 영화속 가장 호구 캐릭터다. ㅠㅠ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호구가 된다..)
빗물로 불어난 강물을 바라보며
료헤이가 '앞으로 평생 너를 믿지 못할꺼야' 라고 하는데
아주 오래전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운 연인 때문에
아파하던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깨진 유리를 테이프로 붙인다고 그게 예전과 같을 수 있어?"
물론 예전같지 않겠지. ㅠㅠ
조그만 충격에도 유리는 다시 깨어질 것이다.
그래도 사랑한다면 별 수없다. 그냥 극복하고 살아야 한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은 계속 곁에 둘 수 있지 않은가..
그 선배도 결국..
처음 바쿠와 아사코의 만남과 사랑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지만..
'그 때 그 시절이라서' 그랬다는 의견도 기억에 남았다.
'지나간 것은 지난간데로 그런 의미가 있죠'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웠던 사랑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는게 좋을까?
지나간 사랑에 대한 과도한 집착의 결말이 어떤지는
'위대한 개츠비' 의 개츠비가 아주 잘 보여준다.
https://blog.naver.com/s4050s/221311049772
'위대한 개츠비' 를 3번 읽고..
위대한 개츠비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 출판 새움 발매 2018.06.18. 리뷰보기 위대한 개츠비 감독 잭 클...
blog.naver.com
아사코는 채 하루도 안되어 그걸 깨닫고
료헤이에게 돌아갔으니
개츠비 보다는 훨씬 현명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2저자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출판민음사발매2004.02.05.
하지만 '콜레라 시대의 사랑' 에서의 플로렌티노 아리사처럼
51년간이나 옛 사랑에 집착하여
결국 성공하는 무서운(?) 인간도 있으니 ㅎㅎ
우리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면서
때로는 아사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료헤이가 되기도 한다.
뭐, 어떤 때는 바쿠가 되기도 한다. =_=
인간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다.
아사코도 료헤이도 그리고 우리도..
이런 저런 경험과 사랑의 아픔을 통해서
앞으로는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속 아사코처럼 다시 사랑의 갈림길에 섰을 때
우리는 예전보다는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왠지 또 바쿠같은 사람을 선택할 것 같..)
이 영화를 찍으며
유뷰남인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두 배우가 사랑에 빠지며
불륜 스캔들로 일본이 떠들석 했다고 한다.
남주인공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영화속 바쿠와 료헤이를 연기 했으면서
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와이프와 여배우 사이에 고민하는
아사코의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혼했다고 하니 결국 바쿠를 선택한 것 같다)
참.. 인생도 사랑도 알 수 없다.
많은 사랑과 이별과 아픔을 경함한다고 해도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서로의 마음에 덧없는 상처를 입힌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
특히나 사랑에 있어서는 더 그런것 같다.
어쩌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은 존재'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이런 대사가 있다.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근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네이버 평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평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ㅎㅎ
맞다. 이해할 수 없이 미친게 바로 사랑이다.
이 말은 꼭 영화속 주인공들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다.
주연을 맡았던 두 배우의 현실 이야기 이기도 하고
우리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사실 미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하다 ㅎㅎ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담담히 설거지 하며 프로포즈 하는 료헤이 ㅎㅎ
바쿠의 존재를 알고 있었노라 고백한다.
덕분에 아사코를 만날 수 있었으니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그런 료헤이를 꼬옥 안아주는 아사코.
마음이 참 따듯해지는 장면이었다.
(다들 저 거품 옷에 묻을까 은근 신경쓰였다고 ㅎㅎㅎ)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료헤이는
비로 불어난 강물이 더럽다고 한다.
아마 강물은 둘 사이의 관계, 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사코는 "그래도 아름답다" 말한다.
두 사람은 과연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난 잘 살꺼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사코가 키우는 고양이 진딴. 너무 귀엽다 ㅎㅎ
이렇게 귀여운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이다. ㅎㅎ
료헤이가 결국 문을 열어준 것도 얘 때문이 클 것이다
(나도 키우고 싶다. 나만 고양이 없어 ㅠㅠ)
결국 기승전 고양이로 끝나는
'데우스 엑스 고양이' 로 마무리 ㅎㅎ
아주 익사이팅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기분이 싱숭생숭해지고, 옛 사랑 생각도 나고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
(포스터의 글귀처럼 틀린 사랑은 없다!)
나는 비 오는날 여러 사람들과 같이 보았지만
홀로 보슬보슬 비 내리는 밤에, 맥주 한 잔과 함께 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고양이와 함께 본다면 더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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